이스라엘·UAE 수교 소식에… 난감한 '이슬람 큰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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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UAE 수교 소식에… 난감한 '이슬람 큰형님'

관리자 0 1660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가 미국의 중재로 외교 관계를 맺기로 했다고 지난 13일 전격 발표하자 중동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이란과 터키는 분노를 표시했다. UAE가 이슬람 공동의 적인 이스라엘의 손을 잡는 '종교적 배신'을 했다는 이유다. 이란 외무부는 UAE를 겨냥해 "무슬림의 등에 칼을 꽂았다"고 했고, 터키는 UAE와 외교 관계 단절을 검토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우디는 왜 침묵하고 있을까.

사우디는 '이스라엘·UAE 수교'에 대해 찬성하기도 어렵고 반대하기도 어려운 난처한 입장이다. 사우디는 이미 비공식적으로는 이스라엘과 가깝게 지내고 있다. 미국의 우방이며 '반(反)이란'이라는 공통분모가 두 나라에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이슬람 세계의 주도권을 놓고 이란과 경쟁 관계다. 이슬람 양대 종파 중 이란은 시아파, 사우디는 수니파의 중심 국가다.

이스라엘은 이런 구도를 활용해 사우디를 끌어당기려고 애썼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 수장인 요시 코헨이 수시로 사우디 및 UAE의 정보기관장을 만나 이란의 위협에 공동으로 맞서는 협의를 해왔다는 증언이 많다. '적의 적은 동지'라는 외교 원칙에 따라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가깝게 지냈다는 얘기다.

미국은 아예 공개적으로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친구'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스라엘·UAE 간 수교에 상당한 역할을 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15일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완전한 외교 관계 정상화는 필연적"이라고 했다. 사우디 입장에서는 우방인 미국의 외교 성과인 '이스라엘·UAE 수교'에 재를 뿌리기 어렵다.

그러나 사우디가 드러내놓고 이스라엘에 친근함을 표시하긴 어렵다.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의 위협으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는 이슬람권의 대의명분은 여전히 견고하다. 이스라엘의 건국 자체를 이교도의 침략으로 규정하는 이슬람권의 인식은 바뀌지 않고 있다. 따라서 섣불리 사우디가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면 여러 이슬람 국가의 지탄을 받으며 이슬람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갈수록 강경하고 원리주의적인 이슬람 색채를 강조하는 이란·터키와 비교되며 '이교도 편을 드는 나라'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사우디로서는 '이스라엘·UAE 수교'에 대해 찬성하기도, 반대하기도 어려운 난처한 입장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서방의 외교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이미 이슬람 시아파 국가들보다는 실질적으로는 이스라엘과 가깝게 지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17/20200817000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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