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서 新금맥 캔다…"수소 팔겠다"는 산유국에 韓기업들 웃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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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서 新금맥 캔다…"수소 팔겠다"는 산유국에 韓기업들 웃는 이유

[신년기획]에너지대전환-탄소중립 로드를 가다: 중동편(下)

[편집자주] 화석 연료에서 청정 에너지로, 탄소중립을 향한 인류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주요 국가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온난화로부터 지구를 구해내기 위한 에너지대전환의 큰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은 청정 에너지가 구현하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치열한 경제 전쟁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수소 등 청정에너지와 탄소중립 이슈를 주도해온 머니투데이는 2022년 새해를 맞아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중동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의 탄소중립 현장을 돌아보는 '에너지대전환-탄소중립 로드를 가다'를 연재합니다.
서울 44배 면적에 미래신도시…"석유 대신 수소로 먹고 산다"
(리야드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7일(현지시간) 리야드에서 비전 2030 프로젝트 선포 5주년을 맞아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C) AFP=뉴스1
(리야드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7일(현지시간) 리야드에서 비전 2030 프로젝트 선포 5주년을 맞아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C) AFP=뉴스1
"사우디아라비아를 세계 최대 수소 수출국으로 만들겠다."

사우디 에너지장관을 맡고 있는 압둘아지즈 빈 살만 알-사우드(Abdulaziz Bin Salma Al-Saud) 왕자는 지난해 10월 리야드에서 열린 기후회의 '사우디 그린 이니셔티브(SGI)' 행사에서 수소경제 투자 계획을 소개하면서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그는 "수소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할 것"이라며 "사우디가 수소 시장에서 관련 가장 큰 승부사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중동 산유국의 맹주로 군림했던 사우디는 '탄소중립'(Net Zero) 시대에도 수소를 앞세워 신재생에너지 대국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미래신도시에 세계 최대 '그린수소' 생산기지
중동서 新금맥 캔다…"수소 팔겠다"는 산유국에 韓기업들 웃는 이유
사우디의 수소경제 프로젝트는 왕위 계승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Mohammed bin Salman Al-Saud) 왕세자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2019년 빈 살만 왕세자는 50억달러(약 5조9000억원)을 투자해 서울의 44배에 달하는 2만6500㎢ 부지에 '네옴시티'를 건설하고, 그 안에 4GW(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풍력 설비를 활용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그린수소(Green hydrogen) 생산시설을 세우는 계획을 내놨다. 이 계획대로라면 2025년부터 그린수소를 하루 평균 650톤 생산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사우디는 세계 최대 상업용 수소 공급업체인 미국 에어프로덕츠와 합작기업을 세웠다. 그린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청정수소를 말한다.

사우디는 그린수소 뿐 아니라 블루수소(Blue hydrogen) 프로젝트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블루수소는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할 때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저장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수소를 말한다. 사우디 담만 남서쪽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 자푸라(Jafurah) 가스전에는 약 61조㎥의 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우디는 자푸라 가스전 개발을 위해 1100억 달러(약 13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사우디는 2030년까지 400만톤의 블루수소를 수출하겠다는 복안이다.

석유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벗어나고 수소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사우디는 여러 나라과 손을 잡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일본이다. 사우디는 2020년 9월 일본에 세계 최초로 블루 암모니아를 수출한 이후 일본과 꾸준히 수소경제 관련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그린수소·그린암모니아, '탈석유' 산유국 미래 먹여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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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또 다른 산유국인 오만도 대규모 그린수소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오만 국영에너지회사 OQ는 지난해 5월 태양광 및 풍력을 이용해 그린수소 연료를 생산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최대인 25GW 규모다. 통상 원전 1기가 1GW라는 점에 비춰보면 원전 25기에 달하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짓겠다는 얘기다.

2038년 예정대로 완공되면 연간 175만톤의 수소 생산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오만 정부의 설명이다. 전체 프로젝트 기준으로 1kg당 2달러 미만의 수소 생산 비용을 목표로 한다.

오만의 수소경제 프로젝트에서 주목할 것은 그린수소를 공기 중 질소와 결합시켜 그린 암모니아로 전환한다는 대목이다. 암모니아는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며 수소보다 제조·저장·수송이 편리하다는 이점이 있다.

수소 운송을 위해선 영하 253도까지 온도를 낮춰 액화해 부피를 줄여야 하지만 암모니아는 영하 33도만 유지하면 된다. 부피도 작아 수소보다 1.5배 많은 양을 수송할 수 있으며 에너지밀도 역시 액화 수소보다 1.7배 가량 높아 운반을 위한 최적 대안으로 꼽힌다. 오만은 수소를 암모니아로 전환할 경우 생산 가능한 양이 990만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UAE(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도 수소경제 육성을 위해 지난해 1월 아부다비 무바달라(Mubadala)와 국영석유회사 ADNOC, 국영지주사 ADQ 등 3자 간 수소동맹을 체결했다. 이들은 아부다비 키자드(KIZAD) 산업단지에 800MW급 태양광 발전을 활용한 수소 생산시설 건설을 추진 중이다. 2025년 완공되면 연간 20만톤의 그린 암모니아 생산이 가능해진다. UAE의 다른 토호국인 두바이의 수전력청(DEWA)도 2018년 독일 지멘스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세계 최대 태양광·열 복합 발전소인 'MBRM 솔라파크' 내에 그린수소 생산설비를 건설, 태양광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수소경제 분야에 있어 '퍼스트무버'를 자임하고 있는 한국 정부는 향후 수소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에 대비해 수소 공급처로써 중동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해 10월 사우디를 방문, 사우디·쿠웨이트·UAE·카타르·오만·바레인 등 6개국이 참여하는 GCC(걸프협력회의) 측에 다자 자유무역협정(FTA) 재추진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소경제 로드맵에 따라 수소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를 위해 그린수소와 블루수소 생산 계획을 밝힌 중동 국가들과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의 '포스트 오일' 천지개벽, 韓엔 기회…'수소'로 뭉친다
● 중동의 변신과 한국 기업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27일 왕세자 인스타그램에 올린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과 면담하는 모습.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인스타그램) 2019.6.28/뉴스1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27일 왕세자 인스타그램에 올린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과 면담하는 모습.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인스타그램) 2019.6.28/뉴스1
수소를 중심에 둔 중동의 '포스트오일 청사진'은 한국 그린뉴딜 기업들에도 중요한 기회다. 원유 도입과 활용, 원자력 발전 등 기존의 협력 역사에 더해 수소 운송과 활용 측면에서 한국 기업들과의 접점이 크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한 발 빠른 상용화로 중동 발 과실을 수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핵심에 글로벌 1위 조선사 현대중공업그룹이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암모니아 및 수소추진선, 메탄올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 규제에 대한 준비가 가장 잘 돼 있는 조선사로 손꼽힌다. 암모니아 추진 및 운반선 기술은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다음 단계인 수소추진선과 관련해선 엔진역할을 하는 수소연료전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2025년 선박용 수소연료전지 개발이 일단 목표다.

다른 한국기업들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 포스코, HMM 등이 손잡고 컨소시엄을 만들어 최근 '그린암모니아 추진 운반선 및 벙커링선' 기술 선급인증을 받았다. 생각보다 기술개발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항만에 접안이 가능한 최대 크기(6만㎥)의 암모니아 운반선도 이미 개발했다. 암모니아를 연료로 쓰는 동시에 운반도 가능하다.

암모니아 운반선 기술이 각광받는 이유는 현 시점에 중동이나 호주 등 잠재적 수소생산국들이 수소를 대량으로 실어보내는데 가장 용이한 형태가 암모니아이기 때문이다. 대량생산한 수소에 질소를 더해 비교적 안정적인 암모니아로 만들어 운송한 후 다시 질소를 분해해 수소로 활용하는 구조다.

수소는 암모니아(영하 33도)는 물론 영하 162도 정도에서 액화되는 LNG(액화천연가스)에 비해 훨씬 낮은 영하 252.9도에서야 비로소 액화된다. 대량 운송 과정에서 초저온을 유지하지 못하면 상당량이 날아가버린다. 암모니아 대량운송보다 기술 난이도가 훨씬 높은 액화수소 직접 운송기술을 선점하는 기업이 미래 수소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개발 중인 대형 액화수소운반선 개념도./사진=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그룹이 개발 중인 대형 액화수소운반선 개념도./사진=한국조선해양
수소운반선은 일본 가와사키중공업 등이 먼저 시제품을 제작한 바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국에 주목한다. 액화수소 운송과 가장 환경이 유사한 LNG운반선 면에서 한국 기업들이 초격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이 손잡고 액화수소탱크 개발을 추진 중이다. 승인작업을 마치면 머지 않은 미래에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중공업 그룹 계열의 현대오일뱅크는 사우디 아람코에서 LPG(액화프로판가스)를 받아 블루수소(수소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별도로 모아 처리)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있다. 2025년까지 우선 10만톤 규모 생산이 목표다. 삼성물산과 에쓰오일 등도 역시 아람코와 손잡고 그린암모니아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내 도입 이후 활용방안까지 고민하는 협력이 시작되고 있다는 의미다.

밑그림은 세계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나쁘지 않다. 이웃 일본 등 경쟁국들의 동향을 면밀히 확인하며 각기 수소사업 육성에 주력해야 한다. 정부의 지원도 절실하다. 주요 기업들이 허브역할을 하며 자발적으로 기업 간 협의체가 발족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해서 끌고간다기보다는 적재적소에 규제를 풀어주는 방식이 도움이 된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수소와 그린뉴딜 사업 육성을 위해서는 내년 3월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지금의 에너지정책 기조를 유지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수소 생산을 위한 최적의 에너지원으로 평가받고 있는 원자력발전에 대해서도 현 정부의 무조건 탈원전에서 한 발 진전된 유연한 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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