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리-사우디 왕세자, 비공개로 만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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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총리-사우디 왕세자, 비공개로 만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비밀리에 회동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등이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전통적 대립 관계인 이스라엘과 사우디 최고위급 만남이 전해진 것은 처음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사우디 정부 소식통 3명의 말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22일 사우디 홍해 신도시 ‘네옴’에서 만났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수장 요시 코헨 국장과 동행했으며, 회담은 몇 시간 동안 열렸다고 신문은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살만 왕세자는 양국 관계 정상화와 이란 문제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뒤 이란을 억제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어떻게 보조를 맞출지도 화제에 올랐다고도 전했다. 다만, 두 인물이 구체적인 합의를 한 것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도 익명의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살만 왕세자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항공기 경로 추적 사이트를 보면 네타냐후 총리 전용기는 22일 오후 7시30분에 텔아비브에서 출발해 네옴으로 향했고, 이날 밤늦게 이스라엘로 돌아왔다고 <하레츠>는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살만 왕세자가 네옴에서 만났던 날로 보도된 22일 네옴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있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주 이스라엘을 방문해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을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폼페이오 장관이 네타냐후 총리와 살만 왕세자 회담에 동석하지는 않았지만, 둘의 만남을 도왔다고 전했다. 사우디 정부는 비밀 회동을 부인했다. 사우디 외무장관 파이살 빈 파르한 왕자는 23일 트위터에 “왕세자와 이스라엘 관리들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는 언론 보도를 봤지만 그런 만남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회담에) 참석했던 관리들은 오직 미국인들과 사우디인들”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3일 여당인 리쿠드당 회의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나는 이전부터 그런 것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지금도 하지 않겠다. 나는 이스라엘을 강화하고 평화의 원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 왔다”라며 만남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스라엘은 올해 8월부터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수단 아랍 3개국과 잇따라 미국 중재로 수교했다. 아랍 국가들 대부분은 그동안 팔레스타인 문제로 이스라엘과 수교를 하지 않았으나 최근 흐름이 바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중동 내 입지 강화를 추진하고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적극 중재하고 있다. 또한, 이슬람 수니파 국가가 많은 아랍 국가들이 시아파 국가인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움직임에 호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궁극적 목표는 수니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나라인 사우디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 분쟁이 해결되기 전에는 이스라엘-사우디 수교는 어렵다는 생각을 밝혀왔다. 이스라엘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 등과 한 관계 정상화 합의를 사우디와 하기는 아직 힘들다고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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